3월 초, 전역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적에 발견했던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관악구청 청년지원부(?)에서
삼성전자 현직자 한 분을 멘토로 잡아주셔서
한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그냥 신청하기만 하면 된다!!
그 당시에 신청해서 4/3(토) 11시~12시에 진행했다.
이 멘토링의 후기를 말하기 앞서서 내 개인적인 사정을 조금 설명하고 싶다.
올해 초에 전역을 했는데,
작년에, 그러니까 군복무 한창 하고있을때에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코로나 시국에 군인은 밖에 잘 나갈 수가 없다. (부대에 갇혀산다. 게다가 마스크 쓰고 훈련받는다...)
어찌저찌 무사전역하고 집에 왔다.
원래는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고 계셨는데,
엄마가 일을 못하니까,,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더라.
그래서 형이 그 동안 휴학하고 1년 넘게 야간 물류 뛰고,
아버지는 2교대 일을 하셨다.
그 동안 암 걸린 우리 엄마는, 우리 가족이 아니라,
병원 근무자들의 돌봄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홀로 버텨야 할 엄마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게 최선의 상황이라는게,
그게 너무나 속상했다.
그래서 올 한해는 내가 휴학을 하고
집에서 우리 가족 돌보면서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나 없는 동안 너무 힘들었으니까.
집에서 삼시세끼 가족들 밥하고, 집안일 하면서
밥 시간 방해 안되게 과외나 프리랜서 같은 알바도 하고 있다.
(암 환자는 약을 꼬박꼬박 잘 챙겨먹어야 해서 밥을 제때 먹어야한다!)
(면역력도 약해서 아무거나 아무렇게 먹으면 안된다! 큰일난다!)
(이 시국에 코로나 걸리면! 큰일이다!)
남는 시간에는 틈틈히 내가 하고 싶은 공부하고 지내고 있다.
이렇게 지내다보니 막상 두려워지는 게 있었다.
얼핏 취업 준비했던 지인들에게 들었던 것 같은데,
휴학할 때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으면,
입사할 때 면접관들이 그냥 논 줄만 안다고..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이 시간을,,
누군가가 그렇게 폄하하도록 두고 싶지 않았다.
그럴 기회조차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기간에 소위 스펙이라고 하는 것을 만들기로 했다.
구체적인 진로도 정해지지 않은 채,
손에 잡히는대로, 흘러가는대로 무작정 막 공부했던 것 같다.
개발 동아리들 찾아다니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빅데이터 관련 프로젝트 하나랑
Django Framework를 이용한 웹 프로젝트에서 백 엔드를 맡고 있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었다. 기댈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렇게 간절히(?) 여기저기 검색하면서 알아보던 중에
[관악구 X 삼성전자] 멘토링을 알게 되었다.
하늘에서 동아줄 내려오는 느낌이었다.
어떤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길을 잃어버려서 낮선 곳에서 헤메며 고생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는 동네 나온 기분?
나보다 더 어른인 분과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자체가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바로 신청해버렸고 어제 멘토링을 하게 되었다!!
멘토분께서는 몇년간 계속 이런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하셨다. (삼전 15년 근속중이시라고...ㄷㄷ;;)
다른 학생 분들을 삼성전자의 특정 부서나 취업 질문 같은 것도 물어봤다고 하는데,,
그거는 좀,, 봉사하시는 분에게 무례하다고 느껴지긴 했다.
아무튼 나는 다른 질문들을 가져갔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하나만 얘기해야겠다.
Q. 공부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빅데이터 / 머신러닝 / 백 엔드 / 블록체인) 이 네가지를 다 공부해보고 싶어요. 충분히 다 알아보고나서 진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야만 전문적으로 파고들고 싶어요. 그런데 남은 학기는 정해져있고, 때가 되면 취업준비를 해야하는데, 너무 많은 분야를 왔다갔다하다가 아무것도 아닌게 되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위 질문에 멘토 분께서는 여러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A1. 사실 학부생 때 아무리 많은 것들을 해도, 기업에서 다시 새롭게 배운다고 봐야한다. 사수로서 새로 들어온 신입들을 종종 만난다. 들어오자마자 다 잘해낼수는 없다. 학부 때 공부하는 것과 실무는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배워야 한다. 하지만 무엇을 하나 가르쳐줬을 때, 바로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고 모르는 사람이 있다. 기초가 탄탄한 사람들은 하나를 알려줘도 이해를 바탕으로 열을 만들어내고, 기초가 부실한 사람들은 알려줘도 그게 뭐에요?라고 되묻는다. 결국은 기초를 튼튼히 잘 해놓는게 중요하다. 빅데이터/백엔드/블록체인을 다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세 가지의 분야를 마스터 할 정도까지 깊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각 분야의 기초가 되는 과목들은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한다. 두번 세번 그 이유를 계속 물어봤을 때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한다.
=> 이 말을 듣고 조급한 마음이 많이 누그러들었다. 사실 빅데이터 공부하면서 선형대수학, 통계를 다시 꼼꼼하게 봐야겠다는 필요성이 많이 느꼈다. 불안함 때문에 이곳저곳을 조금씩 찔러보는 식이 아니라, 기초가 되는 과목들을 바닥부터 확실하게 쌓아야겠다. 선형대수학을 파이썬 코드로 구현해보면서 복습할까..?
A2. (두 가지 예시를 들어주셨는데 한가지만 얘기하겠음. 멘토분께서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기억이라며 말해주셨다.) 휴대폰의 엣지 디스플레이가 막 나왔던 시절이었다. 그 때 부서에서 휴대폰 옆면까지 둥글게 만들어서 샘플을 만들었었다. 당시 하이엔드 기술의 집합체라고 봐도 될만한 것이었다. 이사님께서 그 휴대폰을 들고, 이 핸드폰 어떠냐고 물어보고 다니셨다. 한 신입 여자분에게도 물어보셨는데, 그 때 그 신입 여성분이 보자마자 '별로에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사님이 이유를 물어보자 '엣지는 예쁘게 보이려고 만든건데, 이건 안예쁘잖아요. 이사님은 이게 예쁘다고 생각하세요?'. 그곳에 있었던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가 아니라, 그 기술이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요즘 엔지니어링의 트렌드라고 하셨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작은 것들에만 시선이 집중되다보면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소프트웨어나 제품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내가 집중하는 그 기술에만 갇혀버릴때가 많다. 크게 볼 수 있고, 소비자가 되어 상상하고, 본질을 잃지 않는 엔지니어!
마지막 마치면서 멘토분께서 나중에 또 연락해도 되니까, 궁금한 거 있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하셨다. 쏘 스윗! 나도 이 분처럼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그 분은... 치열한 일상 속의 한줄기 빛이었다....☆
멘토링 끝나고 불안함도 많이 사라지고, 아래부터 탄탄하게 천천히 쌓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어쩌면 지루한 일이 될 지도 모르지만, 내가 나중이 하고 싶은 일들을 더 쉽고 재밌게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인듯하다. 그리고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 책도 꾸준히 읽고 사색도 해야겠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한다고 되는건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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